빛으로 세상을 연다는 光化門에서
촛불을 들고 나에게 물어본다
찬란한 빛이 세상을 바꾼 적이 있던가
돈과 권력을 가진 눈부신 빛들이
세상을 올바로 열어낸 적 있던가
그러나 보아라 어둠을 몰아내는 건
빛이 아니라 어둠을 살아온 사람들
이 작은 촛불의 사람들이다
언제나 세상을 사람답게 바꾸는 건
새벽이 올 때까지 촛불을 들고 선
눈물 어린 촛불의 사람들이다
촛불을 들고, 촛불을 들고,
서로 울고 웃고 하나가 되어
허위와 어둠의 껍질을 벗어가는 사람들
다시는 어제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
다시 유월로 가는 촛불의 사람들이다
촛불아 모여라
될 때까지 모여라
우리가 빛의 사람이 될 때까지
우리가 빛의 역사가 될 때까지
박노해, 촛불의 광화문